가을 산책
지난 주말에 오대산에 다녀왔습니다.
새벽 다섯 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상원사에 8시 45분 쯤 도착했습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가는 길은 8킬로미터 정도 되는 아주 멋진 길입니다.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길이 있고, 사람들만 다니는 선재길이 있습니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을 따라 선재길을 걸으면 무념무상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작년 친구들 넷이서 상원사에서 월정사까지 선재길을 걸었습니다.
상원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적멸보궁까지 다녀왔습니다.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다는 적멸보궁은 국내에 다섯 곳이 있습니다.
양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입니다.
적멸보궁까지 가는 길에 중대 사자암이 있습니다.
적멸보궁까지 계단이 많아 어려움이 있지만 부처님을 뵈러 가는데, 이 정도 쯤이야 하면서 올라갔습니다.
(저는 불교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국내 삼대 전나무 숲길 중 하나인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되는 전나무 숲길도 걸었습니다.
가을을 만끽하기 좋은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점심은 먹거리 마을에서 나물을 좋아하는 저희는 산채 정식을 먹었습니다.
오후 3시 되기 전에 오대산을 출발했지만 서울에 다다를 때 쯤 도로 정체로 8시 넘어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10월 9일 한글날.
오늘은 그리 멀지 않은 수목원을 찾았습니다.
9시에 수목원이 개장인데, 9시 10분 쯤 도착했습니다.
이슬을 머금고 있는 꽃잎이 있어 얼른 사진을 찍습니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는 소국,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등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구절초를 보기 위해 식물원에 다녀왔습니다.
작년보다 구절초가 많지는 않았지만 산등성이에 가득 피어 있는 구절초입니다.
평상에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앞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를 즐깁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웃음소리, 서로 부르는 소리로 주위가 시끌벅적해집니다.
휴일이니까....
그런데, 사진을 찍는다고 꽃밭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꽃 하나하나를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제 입장에서는 예닐곱 명의 사람이 꽃밭을 침입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듭니다.
밟고 휘젓고 지나치며 풀들을 치는 모습을 보니 좀 화가 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에 수목원에서 사람이 드문 곳을 찾아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옵니다.
숲을, 나무를, 그리고 꽃을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추가. 오대산을 다니러 갈 때 여유가 되면 "한국자생식물원" 방문도 추천합니다.
식물원을 설립한 분이 국가에 기증하여 국가에서 관리하는 식물원입니다.
2008년부터 자주 갔던 곳인데 한동안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았습니다.
재작년(2022년 10월)에 갔을 때는 아직 정리가 덜 된 상태였지만 지금쯤은 잘 정리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