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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2학년. 
앞에 앉은 두 친구의 대화가 귀에 들어옵니다.
"까뮈의 [이방인]은 부조리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이지." 
"그래, 이방인은 아주 쉬운 말로 쓴 소설이야. 화려한 문구가 없고 깔끔한 문장이지." 
"우리 나라 문학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려면 까뮈의 이방인처럼 글을 써야 돼. 부조리 문학의 형태를 띈다면 가능할거야." 
...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기호주의]문학의 대표작품이지."
"장면 묘사가 압권이야. 선술집 문을 연 그 장면을 한 페이지 반 정도 분량을 묘사해. 그 글을 보면 그 술집(여인숙) 풍경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어."
...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이런 내용의 대화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쟤들은 공대생이 언제 문학을 저리 알고 평을 하지?"
그리고 이 때 저 두 소설은 반드시 읽어야겠다 하고 결심을 했습니다.

이방인은 2학년 때 다섯 번 정도 읽었습니다.
글을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점점 더 이해하기 힘들었고, 주인공 뫼르소의 생각을 쫓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 내면의 부조리한 부분을 담아내었는지는 잘 알지 못하겠고,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어떤 행동과 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소설 마지막에 신부가 사형수인 주인공을 찾아와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라고 강변할 때, 뫼르소는 격앙된 반응을 보입니다.
사회와 종교보다 개인이 갖는 가치관과 원칙이 뫼르소에게는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되며 뫼르소 의견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8월 쯤 다시 이방인을 읽었습니다.
1부는 어머니 죽음부터 살인이 일어나기까지 얘기입니다.
2부는 재판을 받는 과정과 사형을 받기 전날까지 뫼르소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1부의 주된 내용입니다.
어머니 죽음.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별로 없는 상황에 갑작스런 죽음을 통보 받고...
시체 안치소에서 어머니의 시신을 보지 않은 것, 밀크 커피를 마신 것.
장례식 후 여자와 잠자리를 한 것.
그리고 친구와 해안가에 놀러간 것.
거리에서 마찰을 빚었던 아랍인을 해변에서 다시 만난 것.
홀로 해변을 걷다가 다시 그 아랍인 두 명과 마주친 것.
아주 사소한 위협을 느끼고 햇살 아래서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 것.

이 내용들은 2부에서 재판 중에 언급되며 모두 뫼르소에게 불리한 진술이 됩니다.

2부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관습에 얽매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
아랍인 두 명을 죽인 사건에 대한 심리가 아닌 어머니 죽음 이후 뫼르소의 언행을 관습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결론짓고 판결을 내리는 구조.

부조리는 인간 내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도 존재합니다.
이성과 감성, 관습이라는 틀과 욕망이라는 자유.
이렇게 서로 맞지 않고 대립되는 구조가 우리 주변에 정말 많이 존재합니다.
모든 사람이 어머니 죽음에 대해 슬퍼할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도 생각해봅니다.
몇 년간 서로 단절된 인간관계가 죽음으로 복원이 될까요?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여자 친구와 만남이 더 간절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뫼르소를 이해할려고 하다보면 나도 그와 같은 판단과 행동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까뮈의 이방인을 다시 읽으며 느낀 점을 간단히 적어봤습니다.


그리고 멜빌의 모비딕.
소설은 일인칭 관찰자 시점입니다.
소설에서 엠마누엘이라는 선원의 시각으로 주인공인 선장과 고래인 모비딕을 묘사합니다.
엠마누엘이라는 선원이 배에 타기 전 여인숙을 겸한 선술집에 들어가는 모습까지는 몇 번을 읽었지만 그 뒷부분을 읽는 것은 계속 실패했습니다.
작년말 드디어 소설을 다 읽었습니다.
소설은 고래에 대한 엄청난 내용과 배에서 생활, 그리고 고래를 쫓는 과정이 상세하게 설명됩니다.
소설의 95퍼센트 정도가 이런 내용입니다. 
마지막 부분에 모비딕 추격에 성공하여 만납니다.
선장과 모비딕의 대결은 선장의 패배로 끝이 납니다.
소설을 읽으며 모비딕이 언제 나올지 긴장하며 봤지만, 모비딕과 조우 후에 허무하고 아주 짧게 결말이 납니다.

우영우를 통해서 모비딕을 보고자 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참 읽기 힘든 소설입니다.

다시 읽기 힘든 소설로 [장미의 이름]을 능가합니다.

친구들의 대화로 접하게 된 두 문학작품이고 완독하였고 나름 가치있게 읽었던 두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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